20193026
2019/03/26
조금은 이미 몇년이 지나간 드라마를 TV에서의 재방송을 갑자기 접하게 되면
문득,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그 간격의 시간에 놀라곤 한다.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오고
또 한번의 하루가 어김없이 찾아 오지만,
이것이 첫 첫 오늘이고 마지막 오늘이란걸 항상 잊고 산다.
불현듯 드라마에서 한 장면이 내 나이 17살을 떠 올린다.
그때는 교복을 입지도 않았고, 과외는 불법이었고, 야간자율학습은 의무였던 시절이었다.
아침 8시까지 학교에 등교를 하면, 밤 11시30분까지 꼼짝없이
감옥처럼 학교에 갖혀 있어야 하는 그런 떄 였다.
딱히 놀기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친구는 많았고, 지는건 싫어하는 성격이라 전교 석차도 제법 괜찮은
1988년 17살 고등학생이었다.
쉬는 시간 10분동안 잠깐 팔베개를 하고 자다 일어나면
내 짝꿍이 같이 얼굴을 바라보고 잠을자고 있었고,
별이 뜬 야간자율학습시간 복도에 나가 창밖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그리고 학교 옆을 소리도 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작은 川이
풀벌레소리를 숨기려 애쓰고 있었다.
나의 17살 18살 고등학교 시절은 힘든 입시의 시간은 아니었다.
1990년 재수를 하는 그 시기에도 나에게는 그 시간이
남들이 다 가는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하는 창피하고 고통의 시간도 아니었다.
솔직히 이를 악물고, 대학을 가야지 하는 목표하나로
다 희생하고 살았던 기억이 없다,
나는 그저 그날 해야 될 것들과, 다음주에 다가온 시험을 살짝 고민하면서
그날 그날 하루를 재미있게 살았던것 같다.
하루에도 몇번씩 설레이면서 살았던것 같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데, 햇볕이 너무 부드럽게 내려온다.
왠지 거실 남쪽벽에 있던 창을 막아서 벽을 만든것이 후회가 된다.
여름이 오기 전에 창문을 막았던 가벽을 치우고, 동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남쪽에 떠 있는 햇빛을 거실로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도 설레이면서 이쁘게 살고 싶다.
온전히 나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젠 다시 홍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by ntnm@賀裕齋
20190321
2019/03/21
건조한 이른 봄날
끄적거리듯이 비가 내리고
오늘은 해가 보였다 말았다하는 헥갈리는 날이다.
피곤할 이유도 없는데, 몸은 피곤하고
마음 둘 곳도 없는데, 마음은 자꾸 무엇을 찾아 방황하는지…
예전엔 마시지도 않던 커피가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덕분에 하루에 한번씩은 카페에 앉아서
끄적끄적 글을 쓸 시간도 생긴것일까.
유치찬란한 낯간지러운 단어들이
어색할 즈음,
그냥 온전히 나로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어느 하루가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온 날이 없다고
말은 못할 내 지나온 날들이지만
불현듯… 그냥…
요즘은 더 나로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단 하나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그 감정이
그 행복함을 온전히 느끼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은 집에 가는길에
갤러리에 들려서 잠깐의 호사를 누려야 겠다.
by ntnm@賀裕齋
20190319
2019/03/19
불현듯 그 때가 생각이 났다.
1993년 12월..
전화가 넘어로 국제전화의 멀리 들리는 그 느낌의 통화..
너가 먼저 런던에 갔다며? 재미있어?
나도 12월 중순에 영국에 가.. 某날某시에 피카딜리서커스에서 보자…
아직도 기억나는 내 친구 경우와의 특별한 약속.
핸드폰도 없고, 디지탈카메라도 없던 그 시절.
나는 팩스로 작은 컬리지영어학원에 등록을 진행했고
유선전화 국제전화로 시차 맞춰서 통화를 해서
내가 런던 히쓰로공항에 도착하는 첫날 점심즈음에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런던에서 보내고
연말은 내 친구랑 파리에에 같이 여행을 갔다가
맨체스터로 올라갈 예정이었는…
약속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바라보다가는
문득, 그 때 런던에서 친구랑 같이 찍었던 사진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떄 그 시절의 생각이 불현듯…
참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마치 어제와 같이 내 기억은 기 때를 기억하고 그리워 하고 있다.
그리워 한다는건 아마 지금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서 좋았고, 지나서 보니 그 때가 행복했어서 그리운것이다.
오늘은 집에가서 예전 사진첩을 들여다 봐야 겠다.
사진 한 장 정도는 있겠지.
둘이 같이 가는 여행에서는 그 때는 서로 찍어 주느라
같이 찍은 사진이 드물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정리하지 아니하고,
필름과 사진 그대로 봉투에 있는 보관중인 많은 다른 사진들도
사진첩에 보관해야 겠다.
언젠가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모든 사진들을 다시 디지털로 보관할 수 있을려나.
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 한참 더 시간이 흘러.
색바랜 사진을 보는것도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다.
오늘은 커피향이 유독 좋네.
그 때는 커피도 마시지 않았으면서…
by ntnm@賀裕齋
20190318
2019/03/18
봄인가 보다.
요사이에 자주가는 카페에 들어가니 길가에 끔지막하게 있는
유리문을 다 열어 놓았다.
자리에 앉으나, 아직은 슬슬 스며드는 찬 기운이 뱃속을 휘집어 놓는듯
차가운 기운이 나의 몸을 비틀어 놓는다.
따뜻하게 시켜서 탁자위에 올려놓은 거피도
그만큼 빨리 식어 버리고는 마신만큼
컵 안쪽에 나이테를 두르고 있다.
벌써 봄인가?
시간이 빠르네.
언젠가부터 내 나이도 생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즈음이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내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나이와 생일도 관심밖이 된지 오래된듯하다.
그게 뭐 왜그렇게 중요했던 걸까..
그 지금 보다는 좀더 덜 나이가 먹었던 그 시절에는…
오늘 문득, 아주 낯익은 이름을 핸드폰의 저장된 주소록 리스트에서 발견하였다.
아… 내 친구… 잘 살고 있을까?
하지만, 평생 항상 기억하던 그 친구녀석의 생일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화기를 바꾸면서, 주소록이 정리되는 동안,
하나둘씩 저장해둔 메모들이 필요정보들이,
내 머릿속 기억들 처럼, 조금씩 조금씩 지워져 버린듯 하다.
오늘도 남쪽으로 크게 난 창에서 들어 오는 햇살이 너무 좋다
오늘도 저 햇살에 나의 기억의 일부가 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워져 버리겠지만…
어차피 잃어 버린지도 모르는 필통 속의 쓸모없는 나의 작은 몽땅연필처럼
오늘하루도 그 쓸모를 다하고 그렇게 또 지나가겠지만…
그래도, 어느 한 구석
어느 누군가의 가슴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뜨겁게 매일 매순간 기억되는
그런 나이길 또 한번 바래 본다.
by ntnm@賀裕齋